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에 도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지원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청년·환경·귀농농어민에게 지급하던 기회소득은 하반기부터 월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었고,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급하던 경기도 산후조리비는 이달 말 신청을 끝으로 종료된다. 남양주시민도 두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5일 경기도 재정을 ‘비상 상황’으로 공식 선언했다. 당시 추 지사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특히 올해 10~12월분이 편성되지 않은 민생예산 사례로 노인장기요양 1,234억원, 학교급식비 548억원과 함께 산후조리비 80억원도 직접 거론했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민생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생명·안전과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필요한 예산은 지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경기도는 이후 8월 19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면서 불요불급한 사업 등 5,465억원을 감액했다. 도는 이를 단순 긴축이 아니라 부족한 민생 필수사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어민 기회소득 하반기 지급액 줄어
이런 가운데 농어민 기회소득의 실제 지급액이 낮아졌다.
경기도가 지난 8일 공고한 ‘2026년 농어민 기회소득 지원사업 시행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청년·환경·귀농농어민은 상반기 월 15만원을 받았지만 7~12월분은 일반농어민과 같은 월 5만원을 받는다. 당초 연 최대 180만원이던 지원액은 올해 최대 120만원으로 줄어든다. 남양주를 포함한 26개 시·군이 대상이다.
변경 공고에는 지급액 축소 사유가 ‘재정위기 때문’이라고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다. 다만 재정 비상 선언과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지원수준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경기도의 재정 재편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산후조리비 9월 말 종료…출산가정 반발
더 논란이 되는 것은 산후조리비다.
경기도는 지난 9일 모자보건사업을 전면 재정비하면서 경기도 산후조리비를 9월 30일 신청분까지만 지급하고 종료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첫만남이용권과 시·군 출산지원금 등 유사 제도가 확대됐다는 것이 도가 제시한 이유다. 대신 난임부부 지원 등 효과가 확인된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방침을 내놨다. 올해 난임부부 지원에는 기존 예산을 포함해 총 956억원을 투입한다.
남양주 출산가정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도 기존보다 줄어든다. 그동안 출산가정은 경기도 산후조리비 50만원과 남양주시 자체 산후조리비 50만원을 중복해 받을 수 있었다. 두 사업 모두 출생아 1명당 5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왔다. 도 사업이 종료돼도 남양주시 자체 사업은 남지만, 종전 최대 100만원에서 경기도 몫 50만원이 빠지는 셈이다.
특히 사업 종료 방식에 대한 출산가정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청원에는 9일 ‘같은 2026년 출생아인데, 출생 시기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되는 갑작스런 정책 변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11월 출산 예정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이미 임신 중인 10~12월 출산가정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9월 말까지 신청할 방법 자체가 없다며 출생 시기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11일 오전 현재 참여자는 9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올해 12월 31일까지 태어나는 아동에 대해서는 기존 지원을 유지하거나, 최소한 사업 종료 발표 전에 임신한 사실이 확인된 가정에는 경과조치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에 태어나는 아이인데 9월 출생아는 받고 10월 이후 출생아는 받지 못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것이 청원의 핵심이다.
이번 두 정책을 모두 단순한 ‘복지 삭감’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경기도는 한정된 재원을 효과가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실제 난임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등 일부 사업 예산은 확대했다.
그러나 재정 비상 선언 당시 “민생은 지키겠다”고 밝혔던 경기도가 무엇을 필수 민생으로 남기고 무엇을 축소하거나 종료할 것인지는 이제 도민의 실제 생활과 연결된 문제가 됐다.
특히 한 달 전 미편성 민생예산의 대표 사례로 거론됐던 산후조리비가 결국 추가 재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유지되는 대신 9월 말 종료되는 방향으로 결정된 만큼, 이미 출산을 준비해 온 가정에 별도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것이 적절했는지도 논쟁거리로 남게 됐다.
경기도의 재정위기가 단순한 재정지표를 넘어 도민이 받던 지원의 조정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가운데, 앞으로 이어질 예산 구조조정에서 ‘지켜야 할 민생’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추미애 도정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