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조감도. 남양주시는 지난 8일 개발실시계획을 승인·고시했다. /남양주시 제공
왕숙신도시의 자족기능을 담당할 도시첨단산업단지가 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남양주시는 지난 8일 진건읍 진관리 일원 약 120만㎡ 규모의 남양주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승인 고시했다. 이번에 제시된 총사업비는 1조8,993억원, 사업기간은 2032년까지다.
지난해 12월 산업단지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 지난 9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통과에 이어 이번 실시계획 승인까지 마치면서 왕숙 첨단산단 조성사업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관심은 이미 확보한 약 2조3천억원 규모의 기업 투자계획이 실제 입주와 일자리로 이어질지, 민선9기가 여기에 어떤 추가 투자유치 성과를 더할지에 쏠린다.
현재 공개된 주요 투자계획은 우리금융 약 8,500억원, 신한금융 약 8,500억원, 카카오 약 6,000억원 등 모두 약 2조3,000억원 규모다. 아직 실제 투자가 집행된 금액은 아니지만 왕숙 첨단산단의 초기 자족기능을 떠받칠 핵심 투자계획이다.
특히 우리은행 사업은 단순한 투자협약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약 8,500억원을 투입하는 AI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을 위해 지난 4월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5월 남양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연면적 약 9만8,000㎡ 규모다. 아직 착공과 실제 투자 집행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투자 의향만 밝힌 단계는 지났다는 의미다.
신한금융과 카카오 역시 연구개발, 업무시설과 AI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투자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협약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계획을 용지 확보와 건축, 입주, 지역 고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실시계획 승인 과정에서 사업비가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남양주시는 지난 9월 23일 사업비를 1조8,334억원으로 발표했지만 이번 실시계획 승인에서는 1조8,993억원을 제시했다. 불과 보름 사이 659억원 차이다. 다만 실제 사업비가 조정된 것인지 산정 범위가 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제 쟁점은 민선9기의 기존 데이터센터 투자 재검토 방침이다.
최현덕 시장은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왕숙산단의 데이터센터 유치와 관련해 전력, 용수 사용뿐 아니라 일자리와 지역상생 효과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시장은 왕숙산단이라는 좋은 부지에 거대한 하드웨어만 들어서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도시첨단산업단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관련 기업들에 일자리 투자계획과 지역기업 상생방안을 요구했지만 당시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콘텐츠기업과 IT기업, 미래첨단에너지기업 등을 유치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왕숙 첨단산단이 대규모 전산시설 위주의 산업단지가 아니라 연구개발과 고용을 만들어내는 자족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 최 시장이 제시한 재검토 논리다.
그러나 재검토를 선언했다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대안이 따라와야 한다.
최 시장이 지난 8월 기존 데이터센터 유치 재검토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힌 뒤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이를 대신할 콘텐츠 및 IT기업이나 미래첨단에너지 분야의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유치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기존 투자 가운데 우리은행 사업은 이미 건축허가까지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데이터센터의 고용효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투자를 불확실하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에 더 많은 지역고용과 연구개발 기능, 지역기업 상생을 요구하는 것과 이미 진행 중인 투자 자체를 흔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선9기가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기존 유치 기업에는 고용과 연구개발, 지역상생을 더 요구하고 콘텐츠, IT, 첨단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기업도 추가로 끌어와야 한다. 이미 확보한 2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 기반을 지키면서 더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재검토의 성과가 돼야 한다.
왕숙 첨단산단은 남양주가 오랫동안 안고 온 베드타운 구조를 바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산업 거점이다. 이번 실시계획 승인은 분명한 사업 진전이지만, 자족도시의 성패는 결국 실제 기업 입주와 일자리 창출에서 갈린다.
기존 투자계획의 고용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더 많은 일자리와 연구개발 기능을 끌어내고, 대체기업을 이야기한다면 실제 투자유치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 민선9기의 기업유치 정책도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을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