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와 왕숙역
[제3편] KTX 속초선… 왕숙역, 강원행 ‘제2의 수서역’ 될 수 있다
수서역 조감도. 수서역은 서울 동남권의 고속철도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자료=SR
서울 동남권 주민이 부산행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모두 서울역이나 용산역으로 가지는 않는다.
수서역이 있기 때문이다.
수서역이 바꾼 것은 열차의 속도만이 아니다. 강남과 송파, 강동 주민이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서울 도심을 거쳐야 했던 불편을 줄였다. 가까운 곳에서 열차를 탈 수 있게 되자 승객의 이동 경로도 달라졌다.
강원행 철도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강동과 하남 주민이 속초로 가기 위해 굳이 서울 안쪽의 철도역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강원 방향으로 나와야 하는가. 강원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고속열차에 오를 수는 없는가.
남양주에서 이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왕숙역이다.
수서역이 서울 동남권의 남부행 고속철도 관문이라면, 왕숙역은 수도권 동부의 강원행 철도 관문이 될 수 있다.
철도사업에서는 열차가 출발역에서 목적지까지 몇 분 만에 도착하는지가 강조된다. 그러나 승객은 열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만 계산하지 않는다.
집에서 역까지 가는 시간, 환승과 대기시간, 열차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친 것이 실제 여행시간이다. 속초행 KTX가 아무리 빨라도 승차역까지 가는 길이 멀고 번거롭다면 경쟁력은 떨어진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짐이 많은 승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강동과 하남에서 용산이나 청량리 같은 서울의 주요 철도역으로 가는 동선을 생각해 보자. 목적지는 동북쪽의 속초인데, 열차를 타기 위해 먼저 서울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강원 방향으로 나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왕숙역은 다르다. 강동하남남양주선을 이용하면 강원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승차역에 접근할 수 있다. 왕숙역에서 열차를 타는 순간 서울 도심에서 출발할 때보다 속초에 가까운 지점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따라서 강동이나 하남에서 용산까지 몇 분, 왕숙까지 몇 분이 걸리는지만 비교해서는 왕숙역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승차역까지의 접근시간과 그 역에서 속초까지 남은 열차 이동시간을 합친 전체 여정을 비교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왕숙역의 이용권은 남양주를 넘어설 수 있다. 강동과 하남은 물론 송파와 강남 동부까지 새로운 강원행 승차 거점으로 왕숙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생긴다.
왕숙역의 경쟁력은 역 주변 인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역과 연결되는 생활권의 크기, 그리고 이용자의 전체 이동시간에서 나온다.
승객에게 중요한 것은 역이 서울에 있느냐 경기도에 있느냐가 아니다.
어디에서 타야 더 빠르고 편하게 속초에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왕숙역 정차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왕숙역에 KTX가 서더라도 결국 용산이나 청량리에서 타던 승객이 왕숙으로 옮겨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현재 수도권 동부에서 속초와 강원 북부로 이동하는 상당수는 자가용과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철도역까지 접근하기 불편하거나 이동 방향이 맞지 않으면 애초부터 철도를 선택지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왕숙역 정차는 이 수요를 철도로 돌릴 수 있다.
강동과 하남에서 왕숙역으로 이어지는 철도축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속초행 KTX-이음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선택지는 달라진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 몰린 자동차 수요와 동서울터미널 등의 버스 수요까지 새로운 철도 수요로 끌어올 수 있다.
이 점은 중요하다.
용산이나 청량리 승객을 왕숙으로 빼앗아 오는 데 그친다면 국가철도 차원의 설득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철도를 이용하지 않던 승객까지 끌어올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왕숙역은 기존 철도 수요를 나눠 갖는 역이 아니라 철도의 시장을 넓히는 역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광역철도의 흐름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광역철도의 기본 방향은 경기도 주민을 서울의 업무지구와 주요 교통거점으로 빠르게 보내는 것이었다. GTX 역시 기본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빠르게 잇는 철도다.
왕숙역에 속초행 KTX가 선다면 반대 방향의 흐름이 생긴다.
서울 강동과 송파, 강남 동부의 주민이 경기도의 왕숙역으로 와서 강원행 열차를 타는 구조다. 경기도민이 서울의 철도역을 찾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서울 주민이 경기도의 광역철도 거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제2의 수서역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생긴다.
왕숙역이 수서역과 같은 규모의 역이라는 뜻은 아니다. 수서역은 고속철도의 시·종착역이고, 왕숙역은 속초행 KTX의 중간 정차역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곳이다. 역할과 규모는 다르다.
그러나 승객의 동선을 바꾼다는 기능에는 닮은 점이 있다.
수서역은 서울 동남권 주민들이 남부행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서울 도심까지 갈 필요를 줄였다. 왕숙역도 수도권 동부 주민들이 강원행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 안쪽의 역까지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제2의 수서역은 역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승객이 열차를 타는 출발점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왕숙역의 실제 경쟁력은 지역별 이동시간과 환승 조건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강동과 하남에서 얼마나 편리한지, 송파와 강남 동부의 어느 지역까지 왕숙역이 경쟁력을 갖는지, 자가용과 버스 이용자 가운데 얼마나 철도로 이동할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서울 도심에만 의존하던 강원행 승차 구조를 수도권 동부로 넓히는 것이다. 남양주 안에서만 승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울 동남권과 경기 동부의 새로운 수요를 왕숙역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수서역이 남부행 철도여행의 출발점을 바꿨다면, 왕숙역은 강원행 철도여행의 출발점을 바꿀 수 있다.
왕숙역 정차의 의미는 남양주에 KTX 정차역 하나를 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동부의 새로운 강원행 이동축을 만드는 데 있다.
✍️ [기획연재]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와 왕숙역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필자 소개: 온라인 시민커뮤니티 왕숙진접사랑 회장(닉네임: 달빛벗)
※ 본 기획연재는 총 5편으로 이어집니다.
제1편: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역, 지금 논의할 때다
제2편: KTX 속초선… 남양주 정차역, 왜 왕숙역인가
제3편: KTX 속초선… 왕숙역, 강원행 제2의 수서역 될 수 있다
제4~5편: 순차 게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