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덕 남양주시장 당선자에게 먼저 축하의 말을 전한다. 치열한 선거를 거쳐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남양주 시민들은 변화에 대한 기대, 더 나은 행정에 대한 바람,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를 최 당선자에게 맡겼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거의 승리가 아니라 시정의 성과다. 선거 때는 구호가 앞설 수 있다. 경쟁 과정에서는 강한 표현과 큰 약속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부터는 표를 얻기 위한 말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행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최현덕 당선자의 여러 공약 가운데 특히 세 가지는 빠른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왕숙 개발이익 3조 환수 공약이다. 남양주 발전을 위해 왕숙 개발이익이 지역에 더 많이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방향 자체는 옳다. 왕숙신도시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 효과가 남양주 시민의 교통, 기반시설, 생활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그러나 <개발이익 3조 환수>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크고 위험하다. 왕숙 개발은 남양주시가 단독으로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다. LH, 경기도, 관련 중앙부처가 얽힌 초대형 공공개발사업이다. 남양주시장이 의지만으로 개발이익을 특정 금액만큼 환수해 시 재정으로 가져오는 구조가 아니다.
더구나 공약에서 제시한 이행방법도 현실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남양주시 개발이익 환수 조례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조례 하나로 LH나 경기도가 관여하는 대형 공공개발사업의 개발이익을 남양주시가 원하는 만큼 환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양주도시공사의 참여 지분을 대폭 높이고 공동시행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 역시 협상 목표로는 의미가 있지만, 이미 진행 중인 사업 구조와 시행자 간 권한 관계를 고려하면 쉽게 장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이 공약은 원안대로 고집하기보다 왕숙 공공기여·기반시설 재투자 협상 강화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이다. 개발이익 3조 환수라는 구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도로, 철도, 공원, 공공시설, 생활 SOC 등 남양주 시민에게 실제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시설 재투자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반값 관리비 공약이다. 아파트 관리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물가가 오르고,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남양주에서 관리비 절감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생활 공약이다.
하지만 <반값 관리비>는 현실성이 매우 낮다. 관리비에는 인건비, 전기료, 청소비, 경비비, 승강기 유지비, 수선비 등 쉽게 줄이기 어려운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과 감사를 할 수는 있지만, 전체 공동주택 관리비를 일괄적으로 절반으로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시립 공동주택 관리공단을 만든다고 해서 이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공동주택 관리는 각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 위탁관리업체, 입주민 의사결정 구조가 얽혀 있다. 남양주시가 공단을 만든다고 해서 관내 모든 아파트 관리권한이 자동으로 시에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공단이 할 수 있는 일도 현실적으로는 관리비 진단, 회계 감사 지원, 공동구매, 에너지 절감 컨설팅 정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공약 역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반값 관리비가 아니라 공동주택 관리비 절감 컨설팅·감사·공동구매 지원으로 수정하는 것이 맞다. 관리비 공개를 강화하고, 부실 관리 여부를 점검하며, 에너지 절감과 공동구매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시민도 실현 불가능한 반값보다 실제로 5%, 10%라도 줄어드는 정책을 더 신뢰할 것이다.
셋째, 남양주 시민은행 공약이다. 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낮은 금리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은행>이라는 이름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은행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금융업은 엄격한 인가와 감독 체계 안에 있다. 남양주시가 독자적으로 은행을 세워 예금과 대출 업무를 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렇다면 이 공약은 남양주 시민은행이 아니라 소상공인·저신용자 정책금융지원센터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지역 금융기관, 신협, 새마을금고 등과 연계해 특례보증, 이자 지원, 긴급 생활자금, 금융복지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훨씬 현실적이다.
이 세 공약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문제의식은 맞지만 표현이 너무 크다. 방향은 필요하지만 원안 그대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대로 밀고 가면 행정력만 소모되고, 시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정치는 약속으로 시작하지만, 행정은 조정으로 완성된다. 당선 전의 공약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오히려 당선 후 현실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가능한 방식으로 공약을 다듬는 것이 더 성숙한 책임정치다.
최현덕 당선자는 행정 전문가를 자임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그 전문성은 큰 구호를 반복하는 데 쓰일 것이 아니라, 무리한 공약을 현실 가능한 정책으로 바꾸는 데 쓰여야 한다.
왕숙 개발이익 3조 환수는 공공기여와 기반시설 재투자 협상 강화로, 반값 관리비는 공동주택 관리비 절감 지원정책으로, 남양주 시민은행은 정책금융지원센터로 빠르게 전환하길 권한다.
그것이 당선자에게도 좋고, 남양주시 전체에도 좋다. 실현 불가능한 약속에 힘을 빼기보다, 실현 가능한 정책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시민은 완벽한 구호보다 정직한 조정을 원한다.
최현덕 당선자의 성공은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남양주의 성공과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선거의 언어를 내려놓고 시정의 언어로 말해야 할 때다. 무리한 약속을 유연하게 고치고,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해내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