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남양주시장 선거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이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출산과 육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공공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남양주처럼 인구는 많지만 생활권별 인프라 차이가 큰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공산후조리원이 필요하다는 말과, 남양주시가 직접 새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말은 같지 않다.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공공산후조리원 찬반이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남양주에 필요한 것이 독립된 공공산후조리원 건물인지, 아니면 산모들이 실제로 부담을 줄이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산후조리 체계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현재 남양주시 관내에 공식 등록된 산후조리원은 4곳이다. 다산, 별내, 호평, 평내 권역에 위치해 있고, 진접·오남권에는 공식 등록 산후조리원이 없다. 인구 70만 명이 넘는 대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지역에 따라 산모가 느끼는 접근성의 차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독립 공공산후조리원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옳은지는 별개의 문제다. 남양주시는 재정 여건이 넉넉한 도시가 아니다. 2026년 당초예산 기준 남양주시 재정자립도는 27.19%다. 도시 규모에 비해 자체 재원 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고, 인력을 채용하고, 매년 운영비까지 부담하는 사업을 쉽게 약속해서는 안 된다.
산후조리원은 한 번 지어놓으면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신생아실, 감염관리, 간호 인력, 식사, 청소, 안전관리, 24시간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공공시설로 운영한다면 이용료를 낮춰야 하고, 그만큼 운영비 보전 문제도 따라온다. 선거 때는 짓겠다는 한마디로 끝날 수 있지만, 행정은 그 뒤의 비용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
민간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남양주에는 이미 민간 산후조리원이 운영되고 있다. 시가 별도의 공공산후조리원을 만들어 낮은 가격으로 운영하면 기존 민간 조리원과 경쟁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저출생으로 전체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이 직접 시장에 들어오는 방식은 지역 민간업계와 마찰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남양주가 먼저 검토해야 할 방식은 독립 신축형이 아니라 지정형 공공산후조리원이다.
지정형 공공산후조리원은 시가 직접 건물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 민간 산후조리원 가운데 일정 기준을 충족한 곳을 공공 협력기관으로 지정하고, 일부 객실이나 일정 인원을 공공 목적에 맞게 운영하는 방식이다. 시는 이용료 일부를 지원하고, 산모는 민간 조리원을 공공 지원을 받아 이용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새 건물을 짓지 않아도 된다. 기존 민간 조리원과 충돌할 가능성도 낮다. 무엇보다 시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부지 검토, 설계, 예산 편성, 공사, 인력 채용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지정형은 조례와 예산, 공모 기준, 서비스 관리 체계만 마련하면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간판이 아니다.
실제로 얼마를 부담하고, 언제 이용할 수 있느냐다.
물론 지정형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특정 지역 산모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은 또 다른 갈등을 만들 수 있다. 진접·오남권의 인프라 공백은 분명하지만, 다산, 별내, 화도, 호평, 평내 산모들도 같은 남양주시민이다. 따라서 지역 우선 배정보다는 취약계층에 일정 비율을 배정하고, 일반 산모에게는 공개 추첨 기회를 주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자녀와 다태아 가정, 장애인 가정 등에는 우선 배정 또는 추가 감면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남양주시 거주 산모를 대상으로 투명하게 추첨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복지의 우선순위도 살리고, 시민 간 형평성도 지킬 수 있다.
남양주시는 이미 출산축하금, 산후조리비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첫째 아이 출산 기준으로 정부의 첫만남이용권, 경기도 산후조리비, 남양주시 출산축하금과 산후조리비를 합치면 총 400만 원 상당의 바우처와 지역화폐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규모만 놓고 보면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돈을 지원하는 것과 실제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있는 것은 다르다. 산모가 갈 수 있는 곳이 부족하거나 특정 권역에 몰려 있다면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원금과 인프라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지정형 공공산후조리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공공산후조리원을 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필요한 의제다. 다만 짓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립 신축형으로 추진할 경우 건립비와 운영비 부담이 뒤따르고, 기존 민간 조리원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공약의 초점은 공공산후조리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까지 나아가야 한다.
재정자립도 27%대의 남양주시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복지는 오래 갈 수 있어야 한다.
오래 가려면 재정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남양주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 좋은 건물 공약이 아니다. 산모가 실제로 부담을 덜고, 민간과 불필요하게 충돌하지 않으며, 시 재정도 감당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 점에서 지정형 공공산후조리원은 남양주시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현실적인 해법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약속하는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꼭 새로 지어야만 공공인가.
이미 있는 민간 인프라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산모에게 혜택을 줄 방법은 없는가.
남양주시가 선택해야 할 것은 단순한 건립 경쟁이 아니다.
더 큰 건물을 약속하는 일이 아니라, 산모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재정은 아끼고, 민간과는 상생하며, 시민에게는 혜택이 닿게 해야 한다.
그 현실적인 해법이 바로 지정형 공공산후조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