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은 23일 조선 제8대 국왕 예종이 부왕인 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제작한 남양주 봉선사 동종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승격 지정했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61년 만의 성과로, 이와 함께 고려시대 청자 상감쌍룡국화문 반과 조선시대 유효걸 초상 및 궤 등 3건도 보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번 국보 지정은 조선 전기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 제작 당시의 장소를 지키며 보존되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조선 전기 동종 양식의 정점, 55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다
남양주 봉선사 동종은 1469년 예종이 봉선사를 창건하며 함께 조성한 대형 동종이다. 이 유물은 고려시대 동종이 지닌 화려하고 유려한 선의 미학에서 벗어나, 조선 초기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특히 중국 동종의 양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한국 동종 고유의 문양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하여, 후대 조선 동종의 전형을 완성한 기준작으로 손꼽힌다.
역사적 사례와 비교했을 때, 성덕대왕신종으로 대표되는 신라 종이 웅장한 비례미를 자랑한다면 남양주 봉선사 동종은 단정하면서도 권위 있는 왕실 발원 유물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 이 종의 가장 독보적인 가치는 바로 진정성이다.
조선 전기 왕실에서 발원한 대형 동종 가운데 제작 당시 봉안처인 봉선사 종각을 떠나지 않고 현재까지 그대로 전해지는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전란이나 도시 개발 과정에서 수차례 위치를 옮겨야 했던 흥천사명 동종이나 보신각 동종과 달리, 본래의 맥락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종의 보존 상태 역시 국보 지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5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기물의 균열이나 구조적 결함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을 정도로 주조 기술이 탁월하다.
이는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장인들이 대거 참여했음을 시사하며, 실제로 종에 새겨진 기록을 통해 이들이 국가 주요 종 제작에 참여했던 전문가 그룹이었음이 확인된다.
주종기에 담긴 조선의 기술력과 문화유산의 외연 확장
동종 표면에 새겨진 주종기는 당시의 제작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강희맹이 글을 짓고, 명필 정난종이 쓴 이 기록에는 제작 배경부터 연대, 봉안처, 그리고 제작에 참여한 장인들의 명단이 상세히 담겨 있다.
주종기에 따르면 봉선사 동종 제작에는 흥천사명 동종 제작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이 다시 투입되었다. 이는 조선 왕실이 국가적 차원에서 종 제작 기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동종의 국보 지정과 더불어 다양한 보물 지정 소식도 함께 전했다. 고려시대의 정교한 상감 기법이 돋보이는 청자 상감쌍룡국화문 반은 당시 청자 제작 기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또한 조선시대 무신 유효걸 초상 및 궤는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교한 묘사와 함께 원형 그대로 보존된 함이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이미 보물로 지정되어 있던 윤증 초상 일괄에는 초상 1점과 영당기적 1점이 추가되어 해당 유산의 전체적인 구성을 더욱 견고히 했다.
이번 남양주 봉선사 동종의 국보 승격은 단순히 유물의 등급을 높이는 행위를 넘어, 우리 민족의 예술적 성취와 역사의 연속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550년 전 예종이 부왕을 그리워하며 울렸을 그 소리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로서 그 가치를 영구히 인정받게 되었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 없이 후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존 관리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