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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길을 묻다 ⑥] 왕숙신도시, 구원인가 재앙인가
  • 최성민 <심층칼럼>
  • 등록 2026-04-23 09:03:34
  • 수정 2026-04-23 09: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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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양주, 길을 묻다



[제6편] 왕숙신도시, 구원인가 재앙인가



2028년 하반기, 남양주에서 역사적인 왕숙신도시 첫 입주가 시작된다. 왕숙신도시 6만 6천 가구, 진접2지구와 양정역세권까지 더하면 약 25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유입될 예정이다. 남양주 인구는 90만을 넘어 100만 메가시티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된다.


남양주에는 기대감이 역력하다. 대규모 취득세 유입, 인구 통계 개선, 3기 신도시의 중심이라는 이미지. 낙관적인 전망이 공기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왕숙은 남양주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73만 명의 역설을 100만 명의 더 큰 역설로 심화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신도시 개발사의 반복되는 패턴부터 직시해야 한다.


신도시의 저주, 30년간 반복된 실패 공식


1기 신도시가 탄생한 것은 1990년대 초였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다섯 개 신도시 모두 조성 당시 주거와 일자리를 함께 제공하는 자족형 도시를 표방했다. 하지만 입주 후 10여 년이 지나도록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다섯 곳 모두 예외 없이 서울의 베드타운이 되었다. 자족률은 30~40%대에 머물렀고, 아침마다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와 지하철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2기 신도시 역시 판교를 제외하면 사정은 다르지 않다. 판교는 IT 클러스터라는 전략과 네이버, 카카오 같은 앵커 기업으로 자족에 성공했다. 반면 초기에는 동탄조차 입주 후 10년이 넘도록 서울 의존형 베드타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전했다. 위례, 검단 등은 말할 것도 없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자족의 기틀을 마련한 동탄의 사례는, 인프라가 입주 시점을 따라잡지 못할 때 주민들에게 얼마나 긴 고통을 강요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3기 신도시도 초기 징후가 우려스럽다. 3기 신도시는 서울 접근성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는 사실상 서울로 출퇴근하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자족이 아니라 통근의 편의를 팔고 있는 셈이다. 이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파트를 짓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기업을 불러오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작업이기 때문이다.


왕숙은 이 긴 실패의 계보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그 답은 지금 이 순간, 왕숙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왕숙의 청사진과 2026년의 현실


왕숙신도시 계획서는 화려하다. 약 120만 제곱미터 규모의 첨단산업단지, GTX-B 왕숙역, 9호선 연장, 한강변 친수공간. 서류상의 청사진은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청사진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깊은 골이 존재한다.


2026년 현재, 첨단산업단지의 실제 상황을 살펴보자. 카카오의 디지털 허브(약 6,000억 원 규모), 우리금융그룹의 디지털 유니버스(약 5,500억 원), 신한금융그룹의 AI 인피니티센터(약 8,500억 원) 등 굵직한 이름들이 투자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수치만 보면 2조 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가 예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협약 테이블에 앉은 것과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들 협약의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약한 양해각서(MOU)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 착공이나 입주 확정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기업들이 선뜻 확답을 못 하는 이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협력사 네트워크, 전문 인력 풀, 연구 시설 등 첨단 산업이 뿌리 내리기 위해 필요한 생태계 기반이 왕숙에는 아직 없다. 기업 입장에서 왕숙은 허허벌판이다. 초기 비용과 불확실성을 감수할 유인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5편에서 언급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앙대의료원·현대병원과 진접2지구 복합의료타운 조성을 위한 MOU가 체결됐고, 국토교통부의 지구계획 변경 고시를 통해 의료시설용지 4만여 제곱미터가 확보됐다. 이는 MOU 중에서 행정적 실체가 가장 분명하게 갖춰진 사례다. 그러나 현대병원측이 밝힌 진료 시작 예상 시점은 2030년 말이다. 왕숙 첫 입주자가 문을 두드리는 2028년과는 여전히 시차가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왕숙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카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왕숙이 위치한 성장관리권역에 공장 총량제를 적용하고, 대기업 유치 시 조세 중과 위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순간 이 보이지 않는 장벽이 걷힌다. 취득세·재산세 감면은 물론 외환거래 자유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나 아시아 거점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 부지와 접근성이라는 원석에 법적 우위라는 날개를 다는 과정이다.


문제는 이 카드가 아직 손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남양주시는 현재 타당성 검토 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안산사이언스밸리는 2025년 9월 경기경제자유구역으로 신규 지정을 받았고, 서울에서 더 먼 양주시조차 후보지 선정 심사를 받았다. 경기도 안에서만 봐도 남양주는 출발이 늦다.


그런데 타이밍이 발목을 잡는다. 왕숙 첫 입주는 2028년이다. 기업들이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프라와 제도적 조건이 확정된 것을 확인한 이후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2029년이나 2030년에 결론 난다면, 왕숙 초기 입주 기업 유치에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정이 확정되는 순간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 기대감이 빠르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정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속도다. 지정이 늦어질수록 그 기대감이 왕숙이 아닌 다른 경쟁 지자체로 먼저 향할 수 있다.


요컨대 2026년 현재 왕숙의 산업 기반은 약속의 집합이지, 실체의 집합이 아니다. MOU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일자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첨단산업단지 120만 제곱미터는 아직 비어 있고, 그 빈 땅 위로 2028년 입주민들이 먼저 들어온다. 산업보다 주거가 앞서는 이 순서가 바로 역대 신도시 실패의 공통 경로였다.


교통망의 엇박자 - 입주는 2028년, 철도는 2031년


왕숙의 성패를 가를 또 다른 핵심 변수는 교통이다. GTX-B 노선으로 서울역과 청량리를 연결하고, 9호선 연장(강동하남남양주선)으로 강남권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왕숙의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타이밍이다.


국토교통부의 GTX-B 개통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그러나 대규모 지하 인프라 공사의 특성상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실제 개통은 2031~2032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9호선 연장 역시 2027년 상반기 착공 및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최근 잇따른 공구별 계약 유찰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역시 2032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계산은 단순하다. 2028년에 입주하는 초기 주민들은 최소 2~4년 동안 이 인프라 공백을 온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마을버스나 시내버스에 의존해 전철역까지 환승 고통을 겪으며 이동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광역버스에 몸을 싣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기약 없이 서울로 향하는 길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철도, GTX도 없는 신도시에서 약속된 미래를 믿고 먼저 이사 온 사람들이 이 모든 불편과 시간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이 교통 공백은 분양 시장에도 이미 실질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남양주 왕숙지구의 경우, 2025년 진행된 첫 본청약에서 사전청약 당첨자의 약 40%가 계약을 포기했다. 이어지는 블록들에서도 30% 안팎의 이탈자가 발생하며 로또라 불리던 사전청약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교통 인프라 완성 시점이 입주 시점보다 크게 뒤처진다는 사실과 그 사이 급등한 분양가가 수요자들의 불안을 자극한 결과다. 왕숙의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 단계에서 계속해서 등을 돌릴 경우, 미분양 증가와 도시 활력 저하라는 이중 악재가 겹칠 수밖에 없다.


취득세 환상과 재정 착시


왕숙 입주와 함께 쏟아질 취득세 수입은 남양주시가 기대를 거는 대목 중 하나다. 수만 가구가 한꺼번에 거래되면 취득세가 급증하고, 재정자립도 수치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착시다. 취득세는 일회성 수입이다. 입주가 마무리되고 거래가 줄면 세수는 급감한다. 반면 늘어난 인구와 인프라 규모에 비례해 행정 유지 비용은 영구적으로 증가한다. 상하수도, 도로, 공원, 학교, 복지 서비스 등 기반 시설 유지에 드는 비용은 아파트 입주가 끝났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4편에서 살펴봤듯, 별내신도시는 조성 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인프라 노후화로 유지보수 비용이 급증하는 구간에 진입해 있다. 다산신도시 역시 과잉 공급된 지식산업센터의 기록적인 공실률과 이로 인한 상권 공동화로 시름하고 있다. 기업 유입을 통한 지방소득세 확충은 기대치를 밑도는 반면, 인프라 관리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며 지자체 재정의 이중고를 예고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왕숙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취득세 일시 급등을 상시 수입으로 오인해 고정 지출을 늘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재정의 토대는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 기반이다. 취득세 버블이 꺼진 뒤에도 세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앵커 기업뿐이다.


왕숙은 왜 판교가 되기 어려운가


왕숙의 성공 모델로 판교테크노밸리가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판교와 왕숙을 나란히 놓고 보면 두 도시의 조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첫째, 시기다. 판교는 2000년대 중반 한국 I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조성됐다. 강남에 밀집해 있던 IT 기업들이 임대료 부담을 피해 이전할 대체지를 절실히 찾고 있었고, 판교는 그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기업이 판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판교가 기업의 이동 흐름 위에 놓여 있었다. 왕숙은 다르다. 지금 서울 외곽으로 이전 수요가 절박한 대형 IT 기업군이 존재하는가. 그렇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둘째, 위치와 생태계다. 판교는 강남과 인접해 있고, 신분당선으로 직결된다는 점이 기업 유치의 결정적 무기였다. 수십 년간 강남권에 축적된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가 판교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거나 연결됐다. 반면 왕숙은 강남 등 주요 업무 지구에서 훨씬 멀다. GTX-B가 개통되더라도 판교가 누렸던 강남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이동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 앵커의 성격이다. 판교를 움직인 것은 이미 수천 명의 직원과 조 단위의 매출을 보유한 기업과 강남 테헤란로에서 검증을 마치고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고성장 IT 기업들이었다. 이들이 입주하자 협력사, 스타트업, 식당, 카페, 학원이 뒤따랐다. 생태계는 위에서 아래로 구축됐다. 왕숙에서 MOU를 체결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금융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 직접 고용 효과가 제조업이나 대규모 사무직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협력사 유입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도 IT 클러스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것이 왕숙이 판교를 단순히 모방하는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왕숙은 판교가 아닌 왕숙만의 논리로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베드타운화의 함정, 다산의 실패가 왕숙에 건네는 경고


왕숙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선행 사례는 다산신도시다. 입주 초기 대규모 상가와 지식산업센터가 완판되며 남양주 경제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2025년 기준 다산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16%에 육박했다. 하남 미사신도시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부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70%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파트는 팔렸지만 상권은 죽었다. 이유는 하나다. 입주민 상당수가 낮에 서울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낮 인구가 없는 상권에 기업이 들어올 유인이 없고, 기업이 없으니 낮 인구가 생기지 않는 악순환이다.


이것이 왕숙이 직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다. 만약 왕숙 첨단산업단지에 실질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입주하지 않는다면, 왕숙의 15만~17만 명은 아침마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서울로 떠날 것이다. 낮에 텅 빈 왕숙의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는 다산의 악몽을 그대로 재연할 공산이 크다.


3편에서 살펴봤듯, 남양주 전체의 주간 인구 지수는 이미 85.8로 심각한 낮 인구 유출 상태에 있다. 왕숙 인구가 더해지더라도 이들이 서울로 출퇴근한다면 이 수치는 더 나빠질 수 있다. 낮 인구가 늘지 않으면 상권 공실률은 상승하고, 자영업 생존율은 더 낮아지며, 지방세수는 정체된다. 73만 명의 역설이 100만 명의 역설로 스케일업할 뿐이다.


그럼에도 왕숙에 가능성이 있는 이유


냉정한 진단은 비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처방을 위한 것이다. 왕숙이 실패할 조건들을 나열했지만, 동시에 이전 신도시들과 다른 점도 존재한다.


우선 경기 동북부의 의료 공백이 기회다. 경기 동북부, 즉 남양주·구리·양평·가평 일대에는 단한 곳의 상급종합병원도 없다. 110만 명에 달하는 배후 인구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서울이나 성남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다. 중앙대의료원이 참여하는 10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이 진접2지구에 실제로 개원한다면, 이는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생기는 상급종합병원급 앵커로서 수천 명의 의료 인력과 연구 인력을 끌어들이는 구심점이 된다. 단순한 병원 유치를 넘어, 왕숙을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클러스터로 키울 실질적인 씨앗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GTX-B라는 게임 체인저다. 개통 시점의 지연이 문제이긴 하나, GTX-B가 실제로 개통될 경우 왕숙역에서 서울역까지의 소요 시간은 대폭 단축된다. 이는 서울 도심권의 기업들이 왕숙을 물류 및 데이터 인프라 거점으로 활용하거나, 임직원 주거지로 선택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 교통이 뒷받침되면 왕숙의 입지적 매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와 금융 디지털 인프라의 집적 가능성이다. 카카오, 우리금융, 신한금융의 MOU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다면, 왕숙은 수도권 동북부의 디지털 인프라 거점으로서 독자적인 포지션을 가질 수 있다. 서울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가, 왕숙신도시 자체의 안정적인 전력 수요 기반, 그리고 GTX를 통한 접근성이 결합되면 설득력 있는 입지 조건이 만들어진다. 단, 이를 위한 전력 인프라 선제 구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구원이 되려면? 지금 해야 할 일


왕숙이 구원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앞으로 2~3년 안에 판가름 난다. 첫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굳혀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바꾸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앵커 기업 유치의 확정이 가장 시급하다. MOU를 성과로 포장하는 데 행정 에너지를 쓸 여유가 없다. MOU 기업들 중 실제 착공 일정을 잡은 곳은 어디인지, 협상이 교착된 곳은 어디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시민과 공유하고 해결책을 집중 모색해야 한다. 직원 수 수천 명 이상의 실물 고용이 확정된 기업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2조 원짜리 MOU 열 개보다 도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교통 공백 최소화도 발등의 불이다. GTX-B와 9호선 개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입주 초기 광역버스 노선을 대폭 확충하고, 환승 거점을 체계적으로 조성해 초기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교통이 무너지면 분양 포기가 늘고, 조기 전출이 시작되며, 상권 형성 자체가 지연된다.


전력 인프라의 선제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핵심이다.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전력 공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카카오, 우리금융, 신한금융의 MOU는 언제든 다른 입지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한국전력과의 협의, 재생에너지 연계 방안 마련, 송전 인프라 확보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입지를 결정하는 시점은 인프라가 갖춰진 것을 확인한 이후다.


마지막으로 시민 감시의 역할이다. 행정이 MOU를 선언할 때마다 착공 일정과 실제 고용 계획을 함께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6개월마다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장밋빛 청사진은 남양주 신도시 개발사에서 수도 없이 반복됐다. 그 청사진이 현실이 되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감시할 수 있는 것은 시민뿐이다.


2028년, 어느 풍경이 펼쳐질 것인가


2028년 가을, 왕숙신도시 첫 입주자가 새 아파트의 문을 연다고 상상해보자. 창밖으로 보이는 첨단산업단지 부지는 어떤 모습일까. 수천 명의 직원이 출근하는 기업의 불 켜진 사무실이 펼쳐져 있을까. 아니면 아직 착공도 시작되지 않은 허허벌판 위로 공사 가림막만 서 있을까.


그 풍경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왕숙은 남양주가 지난 40년간 갖지 못했던 기회다. 팔당댐 건설 이후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개발을 포기해야 했던 그 40년을 되돌릴 유일한 기회가 왕숙일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현실이 된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왕숙은 또 하나의 베드타운이다. 숫자만 커진 실패다. 반면 지금부터 앵커를 심고, 인프라를 깔고, 기업이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가는 왕숙은 다를 수 있다. 역설을 끊고, 40년을 뒤집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구원인가, 재앙인가. 그 답은 2026년 지금, 남양주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남양주, 길을 묻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남양주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합니까?
  필자 소개 : 온라인 시민커뮤니티 왕숙진접사랑 회장(닉네임:달빛벗)
 



[기획연재: 남양주, 길을 묻다] 앞으로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제1편: 73만 명의 역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

제2편: 시간 도둑, 남양주 통근자의  하루는 왜 18시간뿐인가

제3편: 텅 빈 도시의 낮: 오전 10시, 남양주는 고요하다

제4편:  재정자립도 28%의 굴욕, 50만 이상 대도시 중 꼴찌의 비밀

제5편: 앵커 없는 도시, 기업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가른다

제6편: 왕숙신도시, 구원인가 재앙인가

제7편: 자족도시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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