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 진접2지구의 청사진은 화려하다. 그 중심에는 4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풍양역(가칭)이 있다. 역세권 개발과 함께 서울 접근성의 혁명을 약속했던 이 역사는 진접2지구 입주 예정자들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삶의 질을 담보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직접 관계 기관을 취재하며 확인한 현실은 이 장밋빛 기대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8년 하반기로 예정된 진접2지구 입주 시점에 풍양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입주민들은 내 집 앞의 역을 놔두고 수년 간 교통 오지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역 하나 짓는데 수백억, 만만한 공사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4호선이 다니고 있으니 승강장만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는 토목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풍양역은 단순한 간이역이 아니다. 지상(고가)을 달리는 4호선과 향후 대심도 깊이 지하로 들어올 9호선을 잇는 거대 환승 거점이다. 대략 아파트 15층 높이의 수직 격차를 극복해야 하고, 무엇보다 매일 열차가 달리는 선로 위와 아래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고난도 현장이다.
최근 유사한 사례인 과천지식정보타운역 등의 사례를 볼 때, 공사비만 800억 원에서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특수 공법이 필수적이며, 이는 곧 시간이 돈만큼이나 많이 든다는 뜻이다.
행정의 시계는 멈췄고, 입주의 시계는 달린다
더 큰 문제는 물리적 공사 기간보다 더딘 행정 절차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LH는 이제 막 내부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국토부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나, 냉정히 타임라인을 계산해보면 등골이 서늘하다.
국토부 승인이 난다 해도,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는 LH와 실제 건설을 맡을 국가철도공단(KR)이 위수탁 협약을 맺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 "LH가 돈 다 낸다는데 뭐가 문제냐" 하겠지만, 운행 중인 노선에서의 사고 책임, 공사 지연 배상 등 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은 지루한 공방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후 KR이 주관하는 설계 과정에만 최소 2년이 소요된다. 철저한 안전 검증이 필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삽을 뜨는 착공 시점은 빨라야 2028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점은 진접2지구 입주민들이 이사짐을 풀고 들어오는 때다. 입주와 동시에 개통 축포를 터뜨려도 모자랄 판에, 입주민들은 덤프트럭이 오가는 공사판 먼지를 마시며 출근길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명백한 희망고문이다.
잃어버릴 3년?, 대책은 지금 나와야 한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입주 후 최소 3년에서 4년, 길게는 9호선 개통 시기까지 풍양역은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LH와 남양주시는 이제라도 솔직해져야 한다.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첫째, LH와 남양주시는 국토부 승인 이후 KR과의 협약 체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행정력을 총동원해 불필요한 줄다리기를 끝내고,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개통 지연을 전제로 한 확실한 대체 교통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입주 시점부터 풍양역 개통 전까지, 진접역이나 오남역 등으로 직행하는 셔틀버스를 LH 비용으로 운행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건물이 올라간 뒤에 허둥지둥 대책을 세우면 그때는 이미 늦다.
신도시의 성공은 아파트를 얼마나 잘 짓느냐가 아니라, 주민이 얼마나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수천억 원의 광역교통분담금을 내고 입주할 시민들에게 참고 기다리라고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지금 당장, 풍양역의 멈춰버린 시계를 돌릴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