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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길을 묻다 ①] 73만 명의 역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
  • 최성민 <심층 칼럼>
  • 등록 2026-02-20 11:55:39
  • 수정 2026-09-25 17: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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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양주, 길을 묻다


 

[제1편] 73만 명의 역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중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남양주의 현실(2025 기준) 

73만 명. 남양주시의 인구 규모다. 이는 경기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숫자다. 수원, 용인, 고양, 화성, 성남, 부천시에 이어 상당한 위상을 자랑하지만, 이 숫자 뒤에 숨겨진 진실은 도시 경제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경고등이나 다름없다.

 

2025년 남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28.0%에 불과한 실정이다. 광역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15곳 중 최하위 수준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2022년 기준 2,036만 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9위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남양주는 재정자립도와 1인당 GRDP 등 주요 경제 지표에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는 방대하나 경제 체력은 가장 허약하다는 점, 이것이 바로 남양주가 마주한 73만 명의 역설이다.

 

스스로 설 수 없는 도시

 

재정자립도 28%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남양주시가 1년에 쓰는 예산이 약 2조 3,500억 원(2026년 편성액 기준)이라면, 그중 스스로 벌어들인 돈은 약 6,580억 원에 그친다는 뜻이다. 나머지 약 72%는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지원하는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월지출 235만 원을 쓰는 가장이 실제로는 66만 원만 벌고, 나머지 169만 원은 가족에게 손을 벌려 채우는 셈이다. 이는 73만 인구를 거느린 대도시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방증한다.

 

다른 경기도 대도시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53.7%로 남양주의 두 배에 달하며 화성시(52%), 수원시(42.9%), 용인시(47.9%) 등 주요 도시들 모두 40% 선을 훌쩍 웃돌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하락 추세다. 2023년 30.6%였던 재정자립도는 2024년 29.0%, 2025년 28.0%로 주저앉았다. 2026년에는 27%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년간 3.6%포인트 하락이라는 속도가 지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20% 초반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구는 자산인가, 부채인가

 

경제학 교과서는 흔히 인구를 핵심 생산요소로 정의한다. 인구가 늘면 노동력이 풍부해지고 소비시장이 커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남양주에서만큼은 이 공식이 무색해질 따름이다.

 

1인당 GRDP를 보면 이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남양주의 1인당 GRDP인 약 2,036만 원은 경기도 평균(4,290만 원)의 47% 수준에 그친다. 1위인 이천시(11,620만 원)와는 무려 5.7배 차이가 난다. 73만 명이라는 거대한 인구가 존재함에도, 이들이 창출하는 지역 경제적 가치는 경기도 최하위권에 머무는 현실이다.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답은 명료하다. 남양주 시민들이 지역 내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양주 거주자 중 시내에서 통근·통학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64%는 서울, 성남, 하남 등 타 지역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혹자는 시민들이 어디서 일하든 개인지방소득세는 거주지인 남양주로 돌아오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지적이다. 도시 재정의 핵심 기둥인 법인지방소득세는 철저히 기업의 사업장 소재지를 따라가는 탓이다.

 

우리 시민 64%가 강남과 판교의 빌딩 숲에서 땀 흘려 기업의 이윤을 창출할 때, 그 결실인 법인세는 단 한 푼도 남양주 금고에 쌓이지 않는다. 73만 인구가 발생시키는 복지와 인프라 비용은 고스란히 남양주의 부채가 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부가가치는 일터가 있는 지자체의 자산이 되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남양주가 인구 규모에 비해 처참할 정도로 가난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없는 도시의 운명

 

남양주 지방세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민낯이 드러난다. 2024년 남양주시 지방세 수입 약 4,700억 원의 구성을 보면 재산세와 취득세, 지방소득세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반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 비중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천시는 올해 4월 SK하이닉스로부터 약 3,500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천시 전체 1년 예산의 약 25%에 달하는 규모다. 성남시 역시 판교테크노밸리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전체 세수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이천과 성남은 기업이 세금을 내고, 남양주는 주민이 세금을 낸다. 이 구조적 차이가 재정자립도 50%와 28%라는 거대한 격차를 낳은 원인이다.

 

남양주에는 100인 이상 공장이 고작 16곳뿐이다(2022년 기준).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도 찾아보기 힘들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남양주 최대 기업의 직원 수는 1,000명 수준으로, 이천 SK하이닉스 직원 3만 명의 3.3%에 지나지 않는다.

 

40년간 주거 설계의 저주

 

남양주에는 왜 기업이 없을까. 우선 역사적 족쇄가 발목을 잡았다. 1973년 팔당댐 건설 이후 남양주는 수도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공장 입지가 원천 차단되었다. 서울 시민 1,000만 명의 식수원을 지키기 위해 남양주는 개발의 기회를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형적인 도시 설계도 문제였다. 지난 수십 년간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목표는 오직 서울 인구 분산에 맞춰져 있었다. 일자리는 서울에 두고 주거만 외곽으로 밀어낸 결과다. 전철 노선이 확충될수록 남양주는 서울까지 1시간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을 뿐, 처음부터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은 고려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는 곧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기업이 없으니 일자리가 없고, 주민들은 서울로 향한다. 낮 인구가 감소하니 지역 상권이 위축되고 자영업이 무너진다. 재정이 부족해 인프라 투자를 못 하니 기업 유치는 더욱 어려워지는 굴레를 40년간 반복해 온 역사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추진력 있는 정치 리더십마저 부재했다. 그간의 기업 유치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보다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난 20년간 시장이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되지 못했고, 도시의 산업 지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강력한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점이 베드타운화를 고착화시킨 주원인으로 꼽힌다.

 

2028년, 마지막 기회

 

2028년 왕숙신도시가 열린다. 6만 6천 가구, 약 20만 명(양정역세권. 진접2지구 포함)이 추가로 유입될 예정이다. 남양주 인구는 90만을 넘어 100만 메가시티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인구만 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왕숙신도시 첨단산업단지에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왕숙 주민들 역시 서울로 출퇴근하는 길을 택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73만 명의 역설은 100만 명의 더 큰 역설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낮에는 유령도시, 밤에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는 도시에서 상권은 더 무너지고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왕숙 첨단산업단지 120만㎡ 중 현재 확정 입주 기업은 전무하다. MOU 체결 기업조차 단 3곳뿐이다. 이대로 가면 왕숙은 또 하나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지금부터 2028년까지의 3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에 대기업 앵커를 최소 3개 이상 확보하지 못하면 남양주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역설을 끝낼 때

 

73만 명의 역설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도시 설계의 실패이자 정치의 무능, 그리고 시민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인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결코 도시가 풍요로워질 수 없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세금을 내는 기업이 있어야 하며, 스스로 부를 창출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천은 SK하이닉스 하나로 경기도의 부자 도시가 되었고, 성남은 판교를 통해 재정 강자로 거듭났다. 남양주라고 못 할 이유는 없다. 아니, 73만 시민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필수 과제임이 분명하다.

 

재정자립도 28%라는 수치는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 숫자를 직시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리더를 선택하고, 행정의 실패에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민이 깨어나 감시하고 요구하지 않으면 도시는 바뀌지 않는다. 역설을 끝낼 시간은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 [남양주, 길을 묻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남양주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합니까?
 
필자 소개 : 온라인 시민커뮤니티 왕숙진접사랑 회장(닉네임:달빛벗)



[기획연재: 남양주, 길을 묻다] 앞으로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제1편: 73만 명의 역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대도시

제2편: 출퇴근 잔혹사, 남양주 시민의 빼앗긴 시간

제3편: 텅 빈 낮, 신도시 상권 공실의 진실

제4편: 재정자립도 꼴찌, 왜 남양주는 가난한가

제5편: 앵커 기업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법

제6편: 왕숙신도시, 구원인가 재앙인가

제7편: 자족도시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남양주 공약현황판 - 선거 때의 약속,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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